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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여행기

1975-7-14 (7)

by 늘 편한 자리 2014. 5. 5.

 

우리들은 바위가 움푹하게 파여 바람을 피할수 있는곳에 배낭을 풀었다.

어둠이 닥아 올수록 바다는 더 거세어지고 바람이 몹시 불었다.

소매가 짧은 상의를 입은 우리는 어딘지 모르게 서로가 약간은 어색함을 보이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모임이 됐는데 한사람은 서울에서 다른 한사람은 대구에서 그리고 또 다른 두사람은 경주에서 온 각자가 

떠나온곳이 다르지만 목적지는 이곳으로 정하고 왔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곳에서 모임이 됐다.

우리는 서로 이름은 묻지 않았다.어쩌면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라 서로 의식적으로 묻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석양녘에 우연히 만나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한것이 서로가 신기해서 일부러 안 물어 봤을거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서 낮 동안엔 별로였던 달이 빛을 내기 시작하니까 바람은 더 세져 으쓱 한기가 느껴졌다.

시컴한 먹 구름이 가득한데 그 사이로 달빛이 비치니 바다는 더 환상이었다.

해금강이 왜 해금강이라고 불리는지는 몰라도 바로 앞에 있는 섬 까지의 길게 뻗은 달빛은 환상이었다.

동네꼬마들이 대나무로 만든 낚시를 들고 지나가기에 잠깐 빌리자고 했다.

그랬더니 관광지에 사는 꼬마들 답게 대뜸 돈을 내라고 한다.

경주에서 온 아가씨들이 한쪽에서 바나에 불을 부쳐 뭔가 열심히 끓이는것 같아  고기라도 한마리를 잡아 주고 싶었다.

돈을 준다고 하니까 꼬마들이 바위틈에서 조갯살을 파서 한쪽을 띠어 주었다. 이깝으로 쓰라고 줬는데 바람이 너무 쎄서

낚시를 던지자 말자 바늘이 바위에 끼어버렸다.

꼬마들이 난리를 치면서 돈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니 한쪽에서 쳐다보던 아가씨들이 웃고 있다.

체면이 말이 아니어서 얼마냐고 물었더니 망설임도 없이 이백원이란다.

같이 있던 대구에서 온 친구도 웃고 만다. 이 땅꼬마들에게 거금 이백원을 체면때문에 뺏기고 말았다.

어깨 높이도 안오는 꼬맹이들이 어찌나 드센지 조금만 더 버티면 동네 사람 다 불러올 형세라 주고 말았는데

아가씨들이 키득거리고 웃는게 더 속이 상했다.

허긴 낚씨도 해본 사람이 하는건데 물을 봤다고 고기를 잡겠다고 하는 넘이 좀 그랬다.

둘이서 헛 웃음을 웃고 아가씨들에게 가니 고기 많이 잡았냐고 묻는다.

너무 많이 잡아서 봉투에 담았더니 구멍이 나 다 도망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름도 모르는 아가씨들이 애교띤 눈으로 쳐다보는데 웃는거외에는 별 다른건 없어 보였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까 저녁이라고 공기에 국수를 담아 줬다.

그 국수는 그냥 고추가루 국수라고 해야 할것 같았다.국수에 고추가루만 비벼주는것 같았는데

맵기만 하고 도저히 먹을수가 없었다.대구에서 온 친구는 매워서 못 먹겠다고 그냥 내 놓고 말았는데

나는 억지로 한그릇을 비웠다.미안한 마음에 한그릇 더 달라고 청했다.없는것 같아 청했는데

맛있냐면서 없어서 어떡하지 하면서 아쉬운 표정까지 짓는다.

나도 서운한척 하면서도 속으로 밥값은 했네하는 생각으로 웃었다.

사실 그런 음식을 한번은 얻어 먹어보고 싶었다.

젊은 여자가 밥을 해준다는게 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숙맥이었는데 어찌 맛 없다고 안먹고 내려 놓겠는가.

 

대구에서 온 친구 이름은 진이라고 했다.

성은 모르고 이름을 물어보니 진이라고 했다.

오후에 버스에서 내려 곧장 해금강을  가볼까 했는데 관광선이 없어 호텔앞에 세워 있는 파라솔테이블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마주 보고 있는 해금강은 너무 실망이었다.

 보이는것은 한조각 섬뿐이었다.

그냥 떠나고 싶었다.괜히 있어 봐야 저녁에 잠자리도 그렇고 시간이라도 절약 하고 싶었다.

마침 옆에 앚아 있던 젊은 친구에게 '부산으로 나가는 배가 없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나도 나가려는데 배가 없어 이렇게 있습니다" 했다.조그만 여행백 하나 가지고 바다바람을 쐬면서 앉아있는

젊은 친구가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하얀이가 검게 그슬린 얼굴에 더 돋 보이고 짧은 머리가 얼굴위로 흘러 내려 눈섭위까지 가리고 있었다.

한쪽눈에 작은 흰 반점이 있었다.

"혼자 오셨습니까?" 청년이 나에게 물었다.청년은 호기심 띤 얼굴로 나를 보면서 자기도 혼자라고 했다.

우리 두사람은 금방 친해졌다.

마침 관광하는 배가 들어왔다.

내가 "배 타보셨나요?" 하고 물으니 그 친구가 "아니요 나도 방금 왔는데요" 한다.

"저 배타고 해금강으로 들어가면 볼만 하답니다. 여기서 보는거 하고는 다르다네요"한다.

"글쎄 어쩨 별로 볼것이 없을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이곳에서 보면 별거 아니지만저기 저 암초같은 바위를 지나서 보면 장관이라네요"

"그래요."

경상도 억양이 낀 말씨로 청년은 나에게 호의를 보이는것 같았다.

다른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청년의 말이 나를 못 떠나게 한 방파제같은 역할을 한것 같다.

바다에는 관광선이 들어 오는데 중년남자들하고 여자들이 끼여 앉아 술를 마시는게 보였다.

여자들은 가정집 주부같았지만 남자들하고 어울려 있는 모양세가 남남인걸 금세 알수 있었다.

배위에는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간 노래들이 들리는데 뱃소리와 섞여 노래가 아니라 소음이었다.

또 한쪽 바위에는 남자둘하고  여자한명이 아슬아슬하게 바위길을 더듬으면서 오는게보였다.

이쪽에서 볼때 왼쪽 바위가 높이솟아 있는게 완전히 절벽으로 보였다.

"저쪽은 뭡니까?" 하고 물었더니 

"글쎄요, 나도 모르겠네요" 하면서 그 친구도 그쪽을 바라본다.   

사실 그쪽을 바라보는것 외에는 별 뜻이 없었다.

그 대화 한마디가 더 친근감을 가지게 했고 말을 이어갈수 있게 된것 같았다.

그때 옆에있던 이곳 주인듯한 사람이 사람들이 보이는 쪽으로 가면 넓은 자갈밭이 있다고 했다.

"수영하기에는 물이 차지만 그래도 놀기는 그쪽이 좋죠"한다.

그러면서 "어디서들 왔어요?" 하고 건성으로 묻는것 같았다.

그때 이친구가 대구에서 왔다는걸 알았다.

"그럼 두사람이 동행이 아닙니까?" 하면서 번갈아 쳐다봤다.

"잠자리는 정했습니까?" 하고 묻는다.

"아뇨. 방금 왔는걸요"

" 그럼 두분이 같이 주무시죠?"하면서 우리 두사람을 다시 쳐다본다.

"호텔에 내가 잘 말해줄테니 두분이 같이 주무세요.혼자 있으면 무슨 재미있습니까"

"그것도 좋겠네요. 재미도 있겠지만 혼자보다는 둘이가 더 좋겠네요" 하면서 그 친구를 쳐다봤다.

"한번이라도 혼자서 다녀보면 그것도 괜찮다는걸 알겠죠" 하면서 나에게 오늘 저녁은 같이 지내자고 한다.

나쁠건 없었다.이런 쌀쌀함을 느끼는 바다가에서 말동무라도 생긴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시장기가 느껴졌다. 즐곧 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면서 시달림을 받으며 왔으니 배가 고프기도 했다.

"우리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까요"했더니 그 친구는 얼굴에 미소를 띠더니 자기는 아무준비도 없다고 한다.

우리 둘이서 라면 세봉지하고 계란을 사들고 조금전에 사람들이 보였던 길로 갔다.

쑥 들어간곳,길도 없는곳,밟으면 허물어질것 같은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서 계란이 떨어져 깨질까봐 꼭 끼어 안다시피하면서 걸었다.

바위를 미끌어지지않게 조심조심 밟으면서 고개를 넘었더니 정말 꽤 넓은 자갈밭이 나왔다.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은 받아서 라면을 끓였다.물이 적어 라면은 떡이 되 버렸지만 버리긴 아까워서 그럭저럭 비웠다.

서울에서 출발할때 밑반찬으로 준비했던 장조림을 꺼내니 몇일사이에 허연 백태가 끼어 도저히히 먹을수가 없을것 같았는데 

이친구가  그냥 먹겠다고 한다.장조림은 그렇게 변하는거니까 먹어도 된다고.

그릇을 씻으려고 바닷물에 발을 담궜는데 한겨울에 맨발로 눈속에 서있는것 처럼 물이 찼다.

대강 씻어놓고 바지를 벗고 수영을 해볼려고 물속으로 들어갔는데 평소에도 찬물에 몸을 못씻는데

무릅이 겨우 넘자마자 나와버렸다.

들어가기전에는 저 넓은 바다에 땅에서 흘린 땀을 다 씻어버리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물이 살에 닿으니까

우선 차가운것부터 벗어날려고 바로 나와버렸다.둘이서 바다를 보고 앉아 한참을 앉아 있었다.

집떠나고 마음 편하게 한곳에 앉아 보기도 처음이어서 느낌이 새로웠다.

비로소 서로 통성명을 했는데 이름이 진이라고 했다.

여자이름 같았는데 이름끝자리인것 같기도 했지만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나중에 잠깐 들으니 직업이 술집에서 일한다고 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혼자서 여행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이름이 한자로 부르는것 같기도 했다.

서로 나이도 비슷한것 같아 별 꺼리김없이 오래된 친구처럼 마음이 금방 통하는것 같았다.

둘이서 한참을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앉아 있었다.

7월의 태양은 뜨겁게 내려쬐고 걸터앉은 바위는 뜨거운곳에 앉아있는것 처럼 아랫도리를 촉촉히 젖게만든다.

푸른바다위에 날으는 물새 한마리도 없고 한척의 배도 안보이고 그져 저멀리 보이는 구름만 덩실하게 걸려있는것 처럼 보였다.

 

충무에서 배를 타고 거제로 들어와 버스를 탔다.

해금강 가는 버스가 있다길래 탔는데 거제도가 이렇게 큰지를 몰랐다.

배에서 내리면 걸어서 갈 요령이었는데 막상 배에서 내려 불어보니 버스로도 한시간을 간다니 엄두가 안 났다.

버스를 타고 산위로 오르니 멀리 바닷가가 끝임없이 보이고 산정상에 다다르니 바다쪽에서 몰려온 구름이 산중턱에 걸려

내가 탄 버스는 구름위로 무릉도원을 달렸다.

버스가 구름위를 지나는데 처음으로 그런 경험을 해보니 신기했다.

구름위를 달리면서 저아래 마을이 보일락 말락 하는데 창가에서 눈을 땔수가 없었다.

 

잠시후 우리는 왔던길을 돌아갔다.

마을어귀에 고기잡이배인지 나룻배가 두척이 파도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거길 지나치는데 방금 온듯한 두아가씨를 만났다.

경상도 사투리를 귀엽게 쓰는 아가씨들이었는데 방을 얻을려고 동네 아주머니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면 될걸 내가 대화에 끼어들어 아는척을 했다.

나도 아는게 없고 온지 이제 두시간도 채 못됐으면서도 아는척이 하고 싶었던것 같았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없지만 내가 몇마디하니까 아주머니는 가버렸다.

내가 아가씨들에게 저쪽으로 가면 좋은곳이 있다고 같이 가자고 했던것 같다.

방금온 아가씨들도 구경이 하고 싶었는지 쉽게 같이 동행을 하게됐다.

왔던곳으로는 다시가지 않고 아랫쪽으로 50미터쯤 가다보니 온통 바위만 있는곳이 나왔다.

가면서 보니까 바위사이로 바닷물이 들락 거리는게 보였다.

우리 네사람은 우연히 만났지만 젊은 사람들 답게 금방 친해졌다.

남자들은 앉을 자리를 찾으려 주위를 둘러보고 여자들은 배가 고픈지 밥을 하겠다고 자기들 배낭을 풀고 이것저것을 꺼냈다.

여자들 가방에선 없는게 없이 다 나왔다.

 

저녁을 먹고나자 시간이 많이 지났다. 가지고 있는게 허접한 보따리 뿐이라 키타라도 있었으면 노래라도 부를걸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금 만난 사람들하고 노래까지 하기엔 너무 시간이 적었다.

어둠이 짓게 깔리자 여자들도 들어가 쉴곳으로 갈려고 하고 나도 너무 피곤했다.

일단 정리하고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 배를타자고 약속을 했는데 그게 약속이 좀 싱거웠던지

아침에 여자들이 묵은 집을 찾아가니까 벌써 작은 배를 타고 관광을 나가고 없었다.

우리 둘도 관광선을 탔는데 노래도 나오고  배 선장인지가 구성지게 노래도 불렀다.

관광배를 타고 해금강이라는 바위산 사이를 들어가니 신기하게도 추웠다.

금방까지도 더웠는데 그 안은 냉방을 한것처럼 시원했다.

그런데 그게 다 였다.너무 작은데다가 배를 타고 가긴했어도 이리저리 돌아서 그렇지 

불과 한시간구경거리였다. 

멀리 작은배에 두 여자가 탔는데 소리를 지를수는 없어 멀리서 사진을 찍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우리는 해금강 구경을 하고 나와 바로 장승포를 가는 배를 타고 떠났다.

왜 서둘렀는지는 몰라도 이름도 모르고 주소도 모르는 여자들 사진만 가지고 있다.

 밤에 우연히 만나 같이 해변가에서 저녁을 지어먹고 노래는 안했을지라도 뭔가 젊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눴을건데 인사도 없이 떠나와 나중에 후회를 많이 했다.

그때까지도 여자친구가 없었는데 어떻게 용기가 나서 말을 걸고 밥도 얻어먹고 했는지....

사진을 찍었을땐 남기고 싶은게 있었을텐데 너무 쉽게 떠나버렸다.

아마 그 사람들도 싱거웠을거다.

 

밤에 진하고 같이 해금강 호텔로 갔다.

낮에는 큰건물에서 자는줄 알았는데 손님이 많타나.옆에 조그맣게 지은 별관으로 데려갔다.

자면서 진에게 여러가지 물어보기도 하고 앞으로의 여행을 의논도 했다.

자기는 해년마다 여름이 되면 이렇게 혼자 돌아다닌다고 했다.

벌써 남해를 지나서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나도 남해를 가보지 못해서 이것저것 묻다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자기는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했다.딱히 무슨일을 하는지는 말을 안했지만 짐작은 가기에

더는 안물어봤다.내일은 어떻할거냐고 물었더니 해금강 구경하고 부산으로 가겠다고 했다.

나도 가는길이 같으니 같이 움직이자고 했더니 흔쾌히 같이가자고 했다.

 그래서 여자들에게는 말도 못하고 진을 따라 허겁지겁 버스를 타고 장승포까지 갔다.

거길 가야 배가 좋은게 있다고 했다.

 

 

거제도 해금강을 배경으로...

 

해금강으로 가는 관광선.뒤에 언덕위에 해금강 호텔이 보인다.

 

해금강호텔 앞에서

 

해금강 안에서..

 

경주?(포항?)에서 온 두 아가씨가 탔던 작은배.


ДиДюЛя - Путь домой (Didula - The Way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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