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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여행기8

1975-7-14 (4) 무주구천동이란 말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구천동이란 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구천동 종점은 첩첩산중의 허리를 깍아 내린듯한 계곡의 중심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 있었다. 많은 여관이 전망좋은 허리 턱에 자리 잡고 식당도 몇 개가 보였다. 엊저녁 이후 계속 굶어 식당에 들어가 허기를 달래고 싶었지만 외모만 봐도 수저조차 들려지지 않을 것 같아 그대로 가기로 했다. 같이 내린 세 아가씨는 여관안내인 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이끌려 그대로 가기로 한 것 같았다. 한마디 인사라도 하고 싶었지만 서로 멀거니 쳐다보면서 지나치고 말았다. 년전에 내 여동생이 과외를 한 적이 있었다. S대를 다닌다는 여학생이 와서 가르쳤는데 동생 친구하고 셋이서 공부를 하는 걸 몇 번 봤다. 어느 날인가 집에 오는데.. 2013. 10. 10.
1975-7-14 (3) 영동에서 내린 시간이 새벽 2시 30분, 떠들던 사람들을 뒤로하고 내린 사람은 나를 포함해 네 명이었다. 세명의 젊은 아가씨들이었는데 배지를 보니까 수도사대같이 보였다. 누군 대학 안 다니나 여기까지 뺏지를 달고 오냐 하는 생각에 피식 웃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해봤더니 구천동을 가는 학생들이었다. 대합실에 들어서니 시큼하고 퀴퀴한 냄새와 왠지 아주 가난한 사람이 사는 느낌, 어느 시골역이나 똑같이 나는 냄새가 그 새벽엔 그 냄새도 그 다지 나쁘지가 않았다. 이제 시작하는 여행을 생각하면 당연히 맡어야 하는 냄새였다. 동네 아주머니 몇 사람이 다가오더니 자기 집으로 가잔다. 싸게 해 준다나. 하지만 이제 서너 시간이면 버스를 탈 수 있는데 자러 가기엔 시간이 짧았다. 몇 번 들락거리더니 200원만 내란다... 2013. 10. 9.
1975-7-14 (2) 달리는 기차 속 7월의 야간열차는 말 그대로 열기를 뿜는 찜통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 뿜어내는 열기는 이리 치고 저리 치면서 혼잡한 사람들 가운데 숨쉬기조차 힘들다. 차는 계속 연착을 하고 부러 그러는지 가다 섰다 하면서 시간을 끌더니만 달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 달리니 열차 안도 어지간이 열기가 식고 목적지에 가까워져 가는 것 같았다. 어느 역인가 기차가 멈추자 젊은 사람들이 시원한 공기를 마시려는지 한꺼번에 다 내린다. 또 한 번의 내리고 타는 혼잡함이 지나자 이번엔 유행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술을 마시면서 삼류 유행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기차가 대전을 지나서 경부선을 타자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으로 타보는 경부선이라서 그럴까....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있었는데 그.. 2013. 10. 8.
1975-7-14 (1) 오래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어렸을 적 꿈이 무전여행이었다. 그것도 세계일주를 하는 게 꿈이었다. 김찬삼 씨의 세계 무전여행책을 얼마나 많이 보고 또 보고 했는지 나중엔 페이지를 외울 정도로 숙독을 했었다.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다 경험했듯이 외국에 나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웠고 외국에 다녀왔다면 다시 한번 볼 정도로 힘들게 빗장을 꼭꼭 닫아 버렸던 시대였다. 요즈음은 아침에 외국에 갔다 저녁엔 집에 돌아와서 자는 세상으로 바꿨으니 그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상할지도 모른다. 20년 전에 중국 청도를 간 적이 있는데 골프장엔 전부 한국사람이 플레이를 하고 중국사람은 일하는 사람밖엔 안보였다. 그늘집은 없었고 식당에 갔더니 메뉴도 한국음식이 대부분이었다. 청도만이 아니고 유럽엘 가도.. 2013.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