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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글...

우리형!

by 늘 편한 자리 2011. 1. 25.

 

 

 

우리형!

나는 참 나쁜놈이다.

어렸을때부터 형소리를 못해 이름도 부르고

야! 도 하고 나이먹은뒤로도 그 소리가 잘 안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작은 아들이 지 형 이름을 불러도 별로 거부감이 안생긴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니까하는 변명도 있겠지만

그것만은 아닌것 같다.

덤덤하다.

자식도 부모를 잘 만나야 호강하고 그러는데

호강은 못시켜도 교육은 바로 시켜야 하는데

그런것 하나 못가르친것 같다.

부모될 자격이 부족한것 같다.

형이 나보다 먼져 결혼을 했는데 형수소리는 바로 나오고

또 너무 정겨웠다.형수라는 단어가.

내 여동생도 나보다 먼저 시집을 갔는데 손아래 매제인데도

매제소리는 별로 정겹지 않고 김서방하고 부르는게 더 정겨웠다.

형이라는 말이 정겹지가 않았을까?

아니면 형이라는 단어가 나보다 한계단위라고 생각하고 자존심으로 그랬을까?

아마 후자가 맞을것같다.

두살차이라고,

밖에서 두살차이 친구가 많다보니까

당연히 친구 정도로밖에 생각을 안했는지도 모른다.

떨어져 산지 30여년

이제는 어렸을때 느꼈던 그런감정도 없다.

아니 남어 있지를 않다.

년전에 한국에 갔을때 몇일동안 같이 지내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몰랏던것을 새삼 알게됐다.

우리형은 아버지였다.

한때 살기가 힘들어 옆에서 보기가 딱할때도 있었지만 묵묵히 이겨내고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니

우리 아버지 하고 너무나 많이 닮았다.

지금은 세상에 안계시니까 마주앉아 따져볼수는 없지만

자식이 어찌 아버지를 모르겠는가.

항상 말없이 무언가를 하시던 아버지 바로 그 아버지였다.

내가 툭툭거리고 삐지고 해도 묵묵히 받아주셨던 그 아버지였다.

나는 내가 너무 옳다고 했던 행동이 당신이 보시기에 얼마나 한심했곘는가!

하지만 아무말없이 없던일처럼 받아주셨던 아버지 바로 그 아버지였다.

내가 내자식을 키워보니까

간혹 눈밖에 나더라도 참고 넘겼는데

우리형이 그랬었던같다.

이제 우리도 다 같이 나이가 들어 옛이야기 하고 살때가 됐는데도

아직도 나는 그런 철이 없는것 같다.

왠지 형이 밉다.

아버지를 닮은 형이밉다.

나보다 더 어른같은 형이 밉다.

화를 내지않고 듣고있는 형이 밉다.

지금이라도 전화를 해서 형이 밉다고 퍼부어줄까?

왜 혼자만 아버지를 닮었냐고 퍼부어줄까?

보고싶다.

같이 앉아 있고 싶다.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어버지 닮은 형을 미워하면서...... 

 
seje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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