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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글...

건들지나 말지....

by 늘 편한 자리 2011. 3. 2.

엄청나게 더운날이다.

한마리 개가 어슬렁거리면서 이길 저길 배회하다  길가에 보이는 샘물을 보고 왔는데

또 한마리의 개가 샘물 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길가던 개는 연신 헉헉거리면서도 샘가에 있는 개 때문에 가까이 가지 못한다.

한참을 지켜보던 목 마른 개는 그냥 돌아선다.

그 개를 지켜보던 동네 아주머니가 불쌍하다고 생각 했는지 물을 한바가지 퍼다 준다.

목마른 개가 물을 먹으려 하자 샘가에 있던 개가 갑자기 짓기 시작한다.

물을 마시려던 개는 고개를 들고 짓으며 닥아 오는 개를 바라보다가 물 마시기를 포기하고 돌아선다.

그때다.

한 걸음씩 닥아오던 개가 이쪽으로 뛰기 시작한다.

눈은 동전, 제일 값 나가는 동전 만큼 커지고 혀는 주욱 내밀어지고 꼬리는 수평으로 몸채하고 같아지면서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목마른 개는 흘낏 뒤를 돌아보고 개가 달려 오기 시작하자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달려오는 개를 바라본다.

죽일것 같이 달리던 개가 그 모습을 보더니 그 자리에 딱 서버린다.

아니 쭉 미끄러지면서 한 두걸음 앞에서 서버린다.

그리고 한순간에 꼬리는 밑으로 내려가고 무섭게 떳던 눈은 힘이 쭉 빠진 눈으로 바뀐다.

와,,,너무 빠르다,

저렇게 빨리 변할수있나..

목 마른 개는 아직도 가만히 서서 그 개의 변하는 모습을 보고있다.

옆에서 지켜보던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도 한 순간에 일어난 사태를 파악 하느라 이리 저리 쳐다 보고만 있다.

뛰어오던 개가 변하던 모습하고 가던 개가 돌아서서 무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하고...

한 순간이 지나자 목마른 개는 그냥 돌아서서 가던 길로 간다.

뛰어오던 개는 한 순간 그러고 있다가 상대 개가 돌아서서 걸어가자

다시 입이 조금씩 벌어지고 뛰어오다 흘렸던 침이 다시금 입 밖으로 떨어지고

살짝 앉었던 것 같은 모습은 어느새 꼬리를 꼿꼿이 세운 자세로 변한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가던 개를 향해 돌진한다.

한 순간 이었지만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주머니는 희한한 광경을 보았다.

앞서 있던 개가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몸을 흘깃 돌리더니 쫒아온 개의 목을 턱하니 물고 있는거다.

물고있는 개는 표정도 없다.

물린 개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아래쪽에서 맥없이 앞발 두개를 허공으로 흔들고 있다.

한순간이다.

어쩜 저렇게 빠를수가 있을까.

아주머니는 어찌할바를 모르고 어머 어머 소리를 입안에서 중얼 거릴뿐이다.

물고 있는 개는 표정도 없다.

한참을 물고 있다가 아주머니가 다가가기 전에 입에 물고있던 개 목을 아무렇지도 안듯이 놔버린다.

물렸던 개는 여전히 허공만 바라보는 상태로 있는데 간간히 몸이 푸득 거린다.

목 마른 개는 잠깐 개를 내려 보더니 가던 길로 다시 가기 시작한다.

아주머니는 야 이 놈아..하고 싶고 ..저런 개 새끼가,,하고 싶은데 너무 갑자기 일어난 반전이라

입만 벌리고 이개 저개 쳐다만 보고 있다.

걸어가는 개의 뒷 모습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는 그져 개다.보통 개 걸음이다.

자빠져있는 개가 아직도 푸득 푸득하고 일어나지도 못하는게 아마 숨이 다 넘어간것 같기도 한다.

아주머니가 가까이 가서 보니 목 줄기에 이빨 자국도 선명하고 피가 조금 나와있었다.

목마른 개에게 줄려던 물 바가지를 들어 누워 있는 개에게 부어버린다.

그제서야 자빠져있던 개가 조금씩 몸을 구부리고 일어나려고 앞발 뒷발을 움직인다.

아주머니는 이 개가 어떤 놈인가 하고 생각을 해봤다.

평소에 동내 터줏대감처럼 어떤 개든지 이곳으로 자나가면 잡아죽여도 시원치 않을 만큼 짓어대고 

줄이 안묶어 있을때는 아무 개에게나 달려 들어 물고 뜯고 피 칠갑을 해놓던 아주 망나니 개였다,

한심했다.

지 죽을지 모르고 날뛰더니 이렇게 한입에 끝나다니..한심한놈.

저 죽을줄 모르고 까분다더니....

이럴줄 알었으면

건들지나 말지...  

 

 

The Ventures - Dark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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