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사투리인지 모르겠다.
집에서 항상 듣던 말이었다.
나는 마누라한테 반말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부모님은 항상 존댓말을 쓰셨다.
여보 당신도 하고.
난 결혼을 한지가 손가락 발가락을 다 동원해 두 번을 세야 하는데도
아직 여보, 당신을 해본 적이 없다.
자랑은 안되지만 못 하겠다.
예전에 막내 고모는 결혼식 저녁에 친구들이 있는데서 여보 당신 하니까
친구들이 흉보던데.
엄마는 자주 썼다.
에 말이요?
그럼 아버지가 바로 쳐다봤다.
부를 때 주로 썼던 것 같은데 아주 급할 때도 썼다.
한 번은 생선 파는 시장을 가락시장? 갔는데
장을 다 보고, 그때 명동에서 일식집을 하셨다.
아버지가 정말 애지중지하고 매일 세차하고 저녁이면 포장을 씌우는 포니를 타고
두 분이 장을 보러 갔는데 트렁크에 짐을 다 싣고
옆에 마누라를 태우고 가야 하는데
아버지가 그만 잊어버리고 출발을 해 버렸다.
세상에 마누라를 길에 두고 가버렸으니.
엄마가 그 신작로에서 목이 터져라
에 말이요!
에 말이요! 하고 손을 흔들고 쫓아 갔는데
불러도 속절없는 아버지는 그대로 가버렸다.
세상에 얼마나 기가 막혔겠나!
나도 장보고 차에 실을 때 가끔 물건을 빠트리고 안 싣고 온 적은 있어도
옆 자리 주인은 잊어버린 적이 없었는데.
버스를 타고 또 타고 돌아와서 어째 그러냐고 악 썼을 엄마 얼굴이 선하다.
에 말이요! 어째 그러요! 하고 닦아 세웠을 모습.
항상 말이 없던 아버지는 눈만 깜박이고 있었을 거다.
에 말이요! 에 말이요!
저 세상에서 만나셨는지.
만났으면 이젠 절대 잊고 가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