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에 여자친구가 뜬금없이 생겼다.
우연찮게 생긴 여자친구에게는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여자 친구들하고 여행을 하게 됐다.
내가 여자친구하고 서울에서 출발하고 대구에서 오는 친구는
충청도 영동에서 만나기로 했다. 올라오고 내려오고,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전화가 없던 시절이라 그렇게 만났던 것 같다.
거의 새벽시간 열차에 셋이 같이 탔다.
목적지는 부산이었는데 부산진에서 내렸다.
아침밥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추어탕 집이었다.
세 그릇을 시켰는데 두 사람은 수저만 들고 못 먹고
대구에서 온 여자친구는 다 비웠다.
사실 평생 처음으로 먹어 본 추어탕이었다.
그 집 메뉴가 그게 전문이고 그것만 했는 데 따라 들어간 게 실수였다.
아침에 서성거리다 다시 서울행 기차를 탔다 .
기차 자리가 문에서 한자리 떨어졌는데 세 사람이라 순방향 역방향으로 앉았다.
조금 후 여자친구가 춥다고 하는데 뒷자리 앉은 사람이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있는데 바람이 뒤로 들어왔다.
그래도 내가 남자라고 뒤에 앉은 아줌마에게 창을 닫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아줌마는 가만히 있는데 옆에 남자가 나에게 왜 닫을라고 하냔다.
바람이 들어와 춥다고 했더니 대뜸 니는 아비어미도 없냐?
싸가지 없이 어디 어른한테 말대꾸를 하냐고 악을 쓴다.
차 안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춥다고 했더니 아비어미를 찾으니.
지금 같으면 아저씨 아비어미는 그렇게 가르쳤냐고 할 건데.
아쉽네. 시간을 돌릴 수도 없고,
더 웃기는 건 이 아저씨 고래고래 악을 쓰면서
내가 여의도 같으면 다 쳐 넣어 버린다고 했다.
여의도? 여의주도 아니고 자기가 국회의원쯤 되나.
그럼 더 조용할 건데.
허긴 요즘 여의도 사람들 말하는 건 악다구리 버금간다.
시장통도 아니고 여행길에 좋은 말을 하지 애비어미가 머여.
아저씨, 아저씨 애비애미가 그렇게 말하라고 가르쳤어요?
왜 그땐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