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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글...

인생 일장춘몽이라는데 그렇게 살지마라.

by 늘 편한 자리 2021. 7. 16.

 

오래전에 모임이 있어 끝나고 저녁을 먹는데 처음 보는 친구가 입담을 늘여놓고 있었다.

생긴 것도 서글서글하고 입담도 제법 인 것 같아 모두들 먹으면서 듣고 있었는데 

이 친구가 자기가 S대 출신인데 미국 와서 풀리길 이상하게 풀려 이런 중요한 모임에도 나온다고

푸념인지 좋다는 건지 이것저것 이야기하는데 모두들 S대에 푹 빠졌다.

그래도 S대 나온 사람이 우릴 즐겁게 해 주려고 하나 보다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다 죽었다.

S대가 그 유명한 서울대학이 아니고 삼청교육대란다.

입에 물고 있는 폭약들이 다 터지고 우린 한 순간에 빠진  아수라장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삼청교육대.

한국에 있을 때 한참 잡아간다는 말만 들었는데 그게 S대로 둔갑해 몇십 년 만에

이젠 재롱 거리가 되서 즐겁게 한다.  

같이 놀던 친구들 중에 S대 나온 친구들이 많았다.

지금은 다들 뒷방 늙은이들이 되서 잘 안 만나지만 한참 때는 많이 모였다.

그 S대하고 인연은 무슨 시험인가 보러 간 적 이 있고

아직 마누라가 안 됐을 때 1 미터 정도 떨어져 신림동에서부터 같이 걷다 보면

관악에 있는 그 대학까지 가곤 했다.

그 친구들하고 같이 놀면 씩씩거리고 화를 내는 건 나 밖에 없었던 같다.

그 친구들은 화를 안 냈다.

속이 뒤집어질 정도여도 표정관리가 기가 막히다.

똑똑하고 계산이 딱 떨어져 그런 건지 모르지만

나처럼 돌아서서 손가락으로 죔죔 하는 표정 하곤 다르다.

우린 돌아서면 다신 안 보는데 계산이 잘 되는 친구들은 웬걸 , 먼 소리야 하면서 다시 반갑게 만난다.

그런데 살아보니 아무리 빨라도 거북이가 왜 이기는가를 차츰차츰 깨달아

약게 노는 니들보다는 속이 편하다는 생각에 혼자 잘난 척해본다.

같이 골프를 쳐도 아주 잘하는 친구는 없어도 보통 이상 들은 한다.

우리는 이글도 하고 버디도 하지만 더불 파도 많이 한다.

그 친구들은 그런 것 안 해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다.

예전에 그 친구들이 말없이 어려운 운동을 많이 했다.

고생도 많이 하고 감금도 밥 먹듯 당하고 식구들까지도 힘들게 살게 했는데

지금 그 친구들을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 운동권이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그 친구들은 여전히 묵묵, 화를 안 낸다.

우리 같으면 지금 너희들이 그 정도로 떠들 수 있는 게 그냥 된 게 아니라고 목의 핏줄을 세울 건데

이 친구들은 조용하다. 계산이 빨라서 그럴까?

계산이 빠른 친구들은 절대 운동 안 할 거다. 

지금 대통한다고 나온 몇몇은 얼마나 오랫동안 주판알을 튕겼겠나!

우리는 엄청 빠른 세상을 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을 운영하고 있다.

세상은 S 대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나처럼 죔죔 해도 한 일원으로 있어야 세상은 돈다.

우리가 비록 삼청교육대 구경은 못 했어도 그걸 듣고 웃을 수 있어 그곳 다녀온 사람도 한 일원이다. 

한때 대통을 했던 분은 모든 게 다 당신 탓이라고 손가락 짓을 했어도 화를 안 냈다. S대가 아닌데도.

인성이 문제인 거다. S대가 문제가 아니고.

인정해주고 자리 만들어 일할수 있게 해 줬는데

계산해보고 밟고 올라서려는 인성은 인생이란 게 그저 속절없이 지나가는 세월인데 

흔적을 남기고 싶은 인성을 가진 덜 떨어진 사람들이다.

인생 일장춘몽이라는데 그렇게 살지마라.

 

IN THE YEAR 2525 - FRANCK POURC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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