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 저런 글...

애가 타본들 ...

by 늘 편한 자리 2021. 3. 31.

몇년전 며느리가 차려준 생일상.

삼 년 전에 한국을 간다니까 며느리가 간 김에 건강검진을 하라고 한다.

아프면 우리가 힘들다면서  말하는 동안에 전화로 한국에 있는 병원에 예약을 했다.

사실 한국보험이 없어 비용이 200만 원이나 들어 동네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해도 되는데

내가 그럴까봐 며느리가 미리 예약을 하고 전화로 돈까지 냈단다. 참 좋은 세상이다.

그 병원은 아버지가 20여 년 전에 췌장암으로 돌아 가신 곳이다.

건강검진을 해보니까 여기도 안 좋고 저기도 안 좋고... 당근 좋을 리가 없지.

혹시 암? 이런 생각도 들었던 것 전립선은 비교적 괜찮았다.

그런데 아버지를 데려간 췌장에 기름이 끼었다고 조심하란다.

여동생이 그냥 가면 안된다고 해서 의사를 만났더니 걱정 말고 불안하면 일 년이나 이년에 검사를 해보란다.

내가 가슴이 크다. 만지면 웬만한 여자애 가슴 정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유방검사를 하러 갔는데 여자는 없고 남자들만 앉아 있어 그냥 나와 버렸다.

어떻게 젖 큰 남자들이 그렇게 많은지 간호사에게 물어보니까 남자 유방암도 많단다.

아무렴 내가 젖 때문에 문제가 될까 했는데 이유가 전립선 비대 약을 먹으면 가슴이 커진다고 한다.

전립선은 줄여주고 가슴은 커지고...???? 아니다. 내가 봐선 가슴만 커진 것 같다.

이년이 지나 췌장을 보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일 년을 더 지나 삼 년 만에 갔더니 복부초음파를 먼저 해 보란다.

배에 젤을 바르고 검사하는 동안 의사인지 검사자인지 모를 여자에게 설명을 했다.

삼 년 전에 기름이 있어 의사가 일 년이나 이 년 정도에 한 번씩 보라고 했다고 하니까

모니터에 보이는 시큼한 구멍 같은 것을 열심히 이리저리 거리를 재고하더니 

끝나고 나서 나를 너무 애처롭게 쳐다보는데  물어볼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왔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안돼 의사가 전화를 했다. 췌장에 혹이 있다고 MRI를 찍어보라고 한다.

수요일인데 다음 주 화요일에 갈게요.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내가 무슨 소릴한건가 기다릴 일이 아닌데 후회도 되고 다시 병원에 전화해서 다시 예약을 잡아달라고 했다.

만약 심각하면 그건 길게 볼 수 없는 병이라 하루라도 빨리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의사를 만났더니 의사는 혹이 있단다. 그런데 괜찮아요 그런다.

그냥 평상시처럼 사세요. 한다. 그런데 췌장에 혹이 있다는데 어떻게 평소처럼 살겠는가.

그러면서 혹시 모르니까 MRI를 찍어보란다.

혹시....

MRI 찍기 전에 적는 종이에 증상을 쓰는 곳이 있었다.

빈칸으로 주니까 접수하는 아주머니가 왜 안 썼냐고 묻는다.

증상이란 게 황달, 체증, 복통, 등 통증, 당뇨, 변이 이상하거나...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그런데 한 가지도 걸리는 게 없었다.

신기한 건 소화도 잘되고 잘 싸는데 혹이 있다니까 갑자기 느낌이 체한 것 같고 앉아 있으면 등 쪽이 아픈 것도 같고

혈당도 120, 130 왔다 갔다 하고.

MRI를 하고 나서 초음파는 한 시간도 안돼서 연락을 줬는데 금요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다.

다음날은 토요일 , 그리고 일요일.

아마 심각하니까 하루라도 편하게 지내라고 연락이 없나 보다, 아니 별일이 없나 보다.

혼자 결론을 못 내리고 시간이 가니까 마음에 준비를 하자는 쪽으로 마음이 갔다.

하나씩 정리하고 내가 없어도 일 년 정도는 사는데 지장 없도록 준비를 해줘야지.

월요일은 참을 수가 없어 아침부터 전화를 했는데 오후 늦게 전화가 왔다.

하긴 급한 건 나지 의사가 머가 급하겠나 싶으니까 목소리가 더 가라앉았다.

의사 말은 췌장 머리 부분이 기름에 싸여 있다면 걱정 마시란다.

그럼... 하고 물어보려다 또 언제 검사받으면 되냐로 말을 바꿨다.

그런데 의사 말이 무슨 검사를 또 받냐는 걸로 대답을 하니 예쁘다고 해야 하나 참.

아무리 내 몸이 아니라도 걱정이 안 되나 보다.

검색을 해보니 한 사람이 나같이 기름이 껴 삼 년을 돌아다니다 이젠 포기하고 그냥 산단다.

나도 그냥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또 MRI통속에 들어가 기분 나쁜 소릴 들어야 하는지 아직 판단이 안 선다.

췌장은 유전이 많다는데 설마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주고 가셨을까?

우리 할아버지는 40대 초에 병명도 모르고 돌아가셨다는데 역시 같은 이유였는지도 모르겠다.

결론은 아직 없지만 마음 편히 살기로 했다.

애타본들 의사도 그냥 살랐는데 난들 어쩌겠나.  

   

  

Beauty Lives in Me

'이런 저런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 궂은날 궁금.  (0) 2021.06.21
싱거운 착각.  (0) 2021.04.10
자식.  (0) 2021.03.24
남의 눈.  (0) 2021.02.18
쪼잔 함!  (0) 2021.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