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친구.

by 늘 편한 자리 2021. 12. 19.

 

또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다.

같은 반이었는지 조차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친구가 있었다.

3학년쯤 됐었는데 아주 똑똑했다.

내가 부러워할 만큼 똑똑했다.

이름이 구 규수였는데 지금 누가 100% 맞아하고 물으면 성은 확실하다고 하겠다.

둘이서 가끔 놀면서 숙제도 하곤 했는데 어린 내가 봐도 아주 똑똑했다.

그때 우리 집은 방이 10개 정도였다. 아니면 8개, 

그 친구 집에 가본 적이 있었는데 집이 아니고

큰 바위 밑에 땅을 파고 그 속에 방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상상이 안 가겠지만 전쟁이 끝나고 10여 년이 지났지만 길에는 갈고리를 찬 상이군인들이 다니고

그렇게 토굴에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근 전기도 없으니 초롱불을 켜고 조그만 방안에는 아버지하고 여동생이 있었다.

내가 3학년이었으니 나도 어린애였지만 신기한 초롱불, 석유? 를 부어 불을 켜는데 

그림자만 확연히 보이지 사람은 어슴프레 보였다.

꾀죄죄한 여동생은 아빠 옆에 딱 붙어 있었는데 아버지 얼굴도 불빛 그늘에 가물거렸다.

우리 집에서 같이 공부하자고 했는데 어느 날부터 학교에 나오질 않았다.

찾아가 보진 않았는데 어느 날 학교 파하고 집에 오는데 시장에 따라 난 길  한 곳에서

여동생하고 좌판에서 멀 팔고 있었다.

나무 도마 위에 고래고기를 몇 점 설어놓고 파는 데 있는 거라고는 고기 몇 점, 소금밖에 없었다.

반가워하면서 물어보니 한 점에 일원에 판단다.

사 먹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안스러웠다.

지금은 얼굴도 기억이 안 나지만 주 끄리고 앉았던 여동생. 그리고 도마 위에 있던 고래고기는 눈에 밟힌다.

내가 운이 좋아 좋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평생을 걱정 없이 살다 보니 그런 친구는 잊을 것 같기도 한데

가끔 생각이 난다.

제발 잘 돼서 부자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길.

얼마 전에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친구라고 부를 정도로 연락처도 서로 가지고 있고

급하면 연락하는 사이였는데 안타깝게 떠났다는 말을 듣고 보니

또 마음속 다락에서 한 기억을 꺼내본다.

오늘도 새벽 6시 반에 골프를 가서 걸으면서 떠난 그 친구 생각도 해 봤다.

건강이 얼마나 좋은 건지.

같이 나간 사람은 처음 봤지만 어디가 아픈 것 같이 보여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 나이에 두발로 두 손으로 나가서 걷고 휘두른다는 게 얼마나 행복인가.   

Goodbye my love / 再見我的愛人 - Teresa Teng / 邓丽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