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다.
이건 버릇이 아니라 그냥 배우고 익힌 거라 입에서 안 떨어진다. 국민학교.
일제 잔재라 바꾼다고 했는데 찬성. 그런데 나는 입에서 초등보다는 국민이 먼저 나온다.
초등이라고 하면 왠지 초등 같다.
그 국민 때 외할아버지를 따라 외삼촌 묘를 찾으러 간 적이 있다.
어딘지는 모르겠다.
기차를 타고 몇 정거장 가서 내리고 한참을 걸으니 산소들이 많이 보이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거기서 할아버지는 누굴 붙잡고 한참을 물었다.
내 아들 묻힌곳을 알려 달라고.
그때 할아버지 연세가 지금 나보다도 10살은 어렸는데 어찌하다 아들 묘를 잊었는지 모르겠다.
비석이라도 있었으면 찾았을 건데 수 없이 많이 보이는 둥그런 땅덩어리에서 어찌 찾겠나.
한참을 여기저기 찾다가 할아버지가 만났던 아저씨에게 다시 부탁하는 것 같았다.
그곳을 다녀온 뒤 이년 정도 지난 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때도 그 생각이 났다.
할아버진 삼촌을 찾았을까?
하늘나라가 있다면 그곳에 있겠지만 그 영겁의 세월에 그 나라로 들어간 어마어마한 사람들 중에 어찌 찾겠는가.
오늘 신문에서 5G가 4G보다 엄청 빠르다는 걸 보니까
하늘나라에도 5G가 운영이 된다면 몰라도 비석도 없는 무연고 무덤에서 올라간 삼촌을 찾는다는 게 가능할 건지.
그 뒤로 십수 년이 흐른 뒤에 삼촌하고 이모들이 갔는데도 못 찾았다.
형제들이 몇이 내려가서 찾아도 땅이라는 게 비 오고 눈 오고 어찌 그데로겠나.
자식들에게 부담을 안 주려고 나 가거든 뿌려라 소릴 몇번 했다.
며느리에게 요즘은 죽으면 파티한다더라 했더니 아버님 제가 파티 해드릴께요.
웃어야 할지 고맙다고 해야 할지 물음이 많다.
아침에 아버지 친구분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안 받으신다.
연세가 96세인가 97세가 되시니 사실 무서운 생각에 한참 동안 연락을 못 드렸다.
다시 해 봐야 하는 건지 그냥 있어야 하는건지 마음이 가늠이 안된다.
이 년 전에 전화드렸을 때는 목소리도 건강하셨는데
비행기로 6시간이나 날아야 갈 수 있는 서쪽 끝에 사시니 찾아뵙기도 어렵고
그저 건강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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