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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y Listening Music

백경(Moby Dick) - 1956

by 늘 편한 자리 2011. 1. 22.

  

그레고리 펙의 넓은 연기 폭을 보여주는 존 휴스턴 감독의 "백경"은 허먼 멜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는 많습니다만 1956년작이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원작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렸을 뿐 아니라 보기 드물게 그레고리 펙의 음울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어서 많은 영화팬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이슈마엘 역의 리챠드 베이스하트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걸작 "길"에서 젤소미나에게 트럼펫을 가르쳐주던 광대역을 했던 사람입니다. 영화 속 화자이면서 튀지 않는 연기로 주인공 에이허브 선장의 강렬함을 잘 떠받치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 교회에서 강렬한 인상으로 설교하는 성직자 역은 "시민 케인"의 감독이자 배우 오손 웰스가 맡았습니다. 짧게 잠깐 나오지만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목소리로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멋진 연기를 보여주죠. 그 밖의 조연들도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착하고 성실한 역을 주로 했던 그레고리 펙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자연에 대한 복수심으로 광기에 사로잡힌 에이허브 선장 역할은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생각 외로 잘 소화했습니다. 모든 선원들을 죽음으로 끌고 들어가는 음울하고 강렬한 카리스마가 스크린에 모비딕의 피처럼 뚝뚝 묻어납니다. 지금은 에이허브 선장 역에 그레고리 펙 말고 다른 배우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만 뛰어 난 것도 아닙니다. 영화는 1956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감나는 화면도 만들어 냈습니다. CG도 없던 시절에 어떻게 그렇게 실감나게 만들었는지 감탄이 절로 납니다. 고래잡이 배와 선원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오히려 요즘 기술로 재현하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영화는 해양모험 그 자체로 충분히 흥미롭지만 신과 인간, 선과 악, 자연과 인간, 숙명과 자유의지 등 매우 철학적인 질문들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각자 느끼는 만큼 풍부한 이야기로 다가오는 걸작입니다.